독일 유학생의 동네 생활
첫 달 생존노트
Anmeldung, 집, 보험, 계좌, 학교 등록처럼 다음 유학생이 덜 헤맬 수 있는 경험을 모으고 있어요.
답변 기다리는 질문
11월 넘어가니까 오후 4시부터 깜깜해짐. 아침에 나갈 때도 어둡고 돌아올 때도 어둡고. 기분이 계속 가라앉는데 이게 나만 그런 건지 궁금함. 일단 데이라이트 램프 하나 사고 비타민D 약국에서 챙기기 시작했는데 효과 본 사람 있어요? 낮에 잠깐이라도 밖에 나가는 게 낫다는 말도 들었는데 다들 각자 버티는 법 좀 알려줘요.
뮌헨· 해짧은날비회원· 1달 전· 봤어요 3명 · 공감 24 · 댓글 1
수업에서 인사하고 몇 마디 하는 사이는 금방 됨. 근데 거기서 더 가까워지는 게 진짜 느림. 한국처럼 밥 한번 먹자 하고 확 친해지는 게 아니라 몇 번 마주치고, 같이 뭐 하고, 천천히 신뢰 쌓이는 느낌. 처음엔 나만 못 섞이나 싶어서 조급했는데 원래 여기 속도가 이런 거라는 걸 알고 나서 마음이 편해짐. 동아리(Verein)나 정기 모임 하나 꾸준히 나가니까 그나마 자연스럽게 이어짐. 다들 여기서 친구 어떻게 사귀었어요?
쾰른· 독친사귀기비회원· 1달 전· 봤어요 4명 · 공감 22 · 댓글 1
금요일 밤 9시 반쯤 쾰른에서 친구 기다리고 있었음. 친구는 늦고 나는 배고프고 그냥 혼자 핸드폰만 보고 있었거든. 근데 옆 테이블에서 한국어가 들림. 내용이 딱 독일 유학 준비 얘기였음. 비자, 방, 보험, 학교 메일 이런 거. 10분 참다가 결국 “혹시 한국분이세요?” 해버림. 내가 생각해도 갑분싸 각이었는데 다행히 다들 웃어줌. 처음엔 그냥 준비 얘기였음. 누구는 합격 기다리고, 누구는 방을 못 구했고, 누구는 비자 서류 때문에 멘탈 나간 상태. 근데 얘기하다 보니까 다들 같은 걱정을 다른 순서로 하고 있더라. 친구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내가 옆 테이블 사람들이랑 더 친해져 있었음. 웃긴 건 그날로 끝난 게 아님. 토요일엔 공원에서 또 만났고, 일요일엔 같이 장 봄. 월요일엔 한 명이 서류 출력 안 된다고 해서 복사집까지 같이 감. 독일 와서 친구 사귀는 법: 취미보다 걱정이 먼저일 때도 있음. 쾰른은 한국어 한마디 들리면 도시 크기가 갑자기 원룸만 해짐.
쾰른· 쾰른월요일까지비회원· 2달 전· 봤어요 4명 · 공감 0 · 댓글 0
슈투트가르트 처음 방 보러 가던 날, 구글맵만 믿고 캐리어 끌고 언덕 올라갔음. 근데 중간쯤에서 캐리어 바퀴가 이상한 소리 내더니 거의 탈출함. 안에 있던 악보랑 옷이 길바닥으로 조금씩 나옴. 진짜 그 순간 너무 창피해서 그냥 독일 떠나고 싶었음. 근데 뒤에서 오던 사람이 말없이 떨어진 종이 주워주고, 캐리어 세우는 것까지 도와줌. 내가 독일어로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얼타니까 영어로 “첫 주예요?”라고 물어봄. 얼굴에 써 있었나 봄. 알고 보니 그 사람도 몇 년 전에 똑같이 슈투 언덕에서 캐리어 끌다 울 뻔했다고 함. 둘이 10분 정도 같이 걸었고, 집 보러 가는 길까지 알려줌. 방은 별로였는데 그 사람이 알려준 지름길은 아직도 씀. 슈투는 언덕으로 사람을 시험하지만 가끔 사람도 같이 보내주는 듯. 캐리어는 망했는데 도시가 조금 덜 무서워진 날.
슈투트가르트· 슈투언덕싫어비회원· 2달 전· 봤어요 0명 · 공감 0 · 댓글 0
쾰른 카니발 처음인데 같이 갈 친구 일정이 다 꼬여서 혼자 갔음. 솔직히 30분만 구경하고 집 가려고 했는데 Heumarkt 근처에서 길 잃고 서 있다가 한국어가 들림. 그냥 반가워서 쳐다봤는데 그쪽에서 먼저 “혼자 오셨어요?”라고 물어봄. 내가 네 했더니 “그럼 같이 있어요. 여기 혼자 있으면 정신없어요” 하고 거의 자연스럽게 무리에 들어감. 이름도 모르는데 갑자기 같이 사진 찍고, 길 건너고, 간식 나눠 먹음. 처음엔 너무 갑작스러워서 당황했는데 1시간 지나니까 내가 원래 그 무리였던 것처럼 웃고 있었음. 그중 한 명이 카니발 끝나고 “다음엔 혼자 오지 말고 단톡에 말해요” 했는데 그 말이 이상하게 따뜻했음. 쾰른 카니발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한국인들이 제일 빠른 안전지대였음. 이런 식으로 사람 만나는 도시인가 봄.
쾰른· 쾰른카니발초보비회원· 2달 전· 봤어요 2명 · 공감 0 · 댓글 0
처음엔 자존심 상했음. 기다릴 만큼 기다렸는데 못 들어갔으니까. 근데 앞뒤 사람들이랑 계속 얘기하다 보니까 거의 대기줄 모임이 됐어요. 누구는 어제 막 독일 도착했고, 누구는 시험 끝나고 처음 놀러 나왔고, 누구는 그냥 친구 따라왔다가 같이 기다리는 중이었음. 결국 클럽은 못 들어갔는데 근처에서 야식 먹고 헤어졌고, 이상하게 그 밤이 더 오래 기억남. 한국에서 상상한 베를린 밤문화는 클럽 안에서 시작하는 줄 알았는데 가끔은 문 앞에서 시작하고 끝나더라. 못 들어간 건 억울한데 썰은 생겼으니 완전 손해는 아닌 듯.
베를린· 베억울한줄서기비회원· 2달 전· 봤어요 2명 · 공감 0 · 댓글 0
토요일에 베를린 클럽 갔다가 새벽 4시쯤 혼자 먼저 나왔음. 같이 간 애들은 아직 체력 남은 척하고 있었는데 나는 이미 눈이 반쯤 꺼져 있었고, 폰 배터리는 12퍼, 신발은 끈적하고 그냥 인간 배터리 절전모드였음. 새벽 4시쯤 역에서 집 가는 열차 기다리는데 맞은편 의자에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앉아 있는 거야. 처음엔 설마 했는데 학교에서 맨날 악보 들고 조용히 다니는 선배였음. 낮에는 진짜 차분한 사람인데 새벽 4시에 둘 다 머리 산발인 상태로 마주친 거. 더 웃긴 건 서로 알아봤는데 30초 동안 둘 다 모르는 척함. 진짜 그 30초가 너무 길었음. 결국 선배가 먼저 피식 웃으면서 “월요일에 학교에서 보면 못 본 걸로 하죠” 이러는데 나도 바로 터짐. 그리고 갑자기 자기 보조배터리를 내 쪽으로 밀어줌. “폰 꺼지면 집 가는 길 더 피곤해져요.” 그 말이 너무 평범한데 새벽 공기랑 같이 들으니까 괜히 이상했음. 월요일에 복도에서 진짜 마주쳤거든? 못 본 척은 무슨. 선배가 나 보자마자 악보로 입 가리고 웃음. 나도 웃참 실패해서 고개 숙임. 그날 수업 내내 악보는 눈에 안 들어오고 새벽에 보조배터리 밀어주던 손만 생각남. 유학 가면 사람 많아서 익명으로 살 줄 알았는데 이상한 순간에 딱 걸리는 사람이 생기더라.
베를린· 오스트크로이츠새벽러비회원· 2달 전· 봤어요 3명 · 공감 0 · 댓글 0
뒤셀도르프 일본거리 쪽에서 혼밥하려고 라멘집 갔는데 옆자리 분위기가 너무 이상했음. 처음엔 조용한 소개팅인가 했는데 둘이 한국어로 말하는 게 너무 선명하게 들려서 안 들을 수가 없었음. 한쪽은 독일 온 지 얼마 안 됐고, 다른 한쪽은 여기 오래 산 사람 같았는데 대화가 계속 엇나감. “여긴 원래 그래요”라는 말이 세 번쯤 나오니까 상대방 표정이 점점 굳어짐. 나는 면 먹는 척하면서 속으로 제발 그 말 그만하라고 외침. 결정타는 계산할 때였음. 한 명이 “오늘은 각자 계산이죠?” 했고, 다른 한 명이 “그건 당연하죠” 하는데 둘 다 말투가 너무 차가워서 라멘 국물까지 식는 느낌이었음. 결국 따로 나감. 나는 아무 상관도 없는데 괜히 숨 참고 있었음. 혼밥하러 갔다가 소개팅 관전하고 온 사람 됨. 유학 가면 내 얘기만 생길 줄 알았는데 남의 드라마도 너무 가까이 들림.
뒤셀도르프· 뒤셀라멘찾음비회원· 2달 전· 봤어요 3명 · 공감 0 · 댓글 0
작은 도시에서 김치 떨어지면 삶의 질이 바로 내려감. Regensburg에서 아시아마트 찾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마트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는데, 독일 할머니가 길 찾냐고 물어봄. 내가 김치 찾는다고 했더니 못 알아들어서 갑자기 길거리에서 김치랑 고추장을 설명하게 됨. “매운데 발효된 배추”라고 말하는 순간 내가 봐도 이상했음. 할머니는 더 궁금해져서 계속 질문하고, 나는 독일어로 김치의 정체성을 설명하느라 진땀 남. 근데 그 할머니가 근처 작은 가게를 알려줬고 진짜 거기에 김치 비슷한 게 있었음. 완벽한 맛은 아니었지만 그날은 거의 보물 같았음. 집에 와서 밥이랑 먹는데 길거리에서 김치 강의하던 내 모습이 생각나서 혼자 웃음. 독일 생활은 가끔 이런 식임. 김치 하나 찾으려다 모르는 할머니랑 문화교류하고 옴.
레겐스부르크· 레겐스김치찾음비회원· 2달 전· 봤어요 2명 · 공감 0 · 댓글 0
아침에 학교 가는 지하철을 탔는데 뒤에서 한국어가 들려서 반가운 마음에 슬쩍 봤음. 근데 어디서 본 얼굴인 거야. 3초 뒤에 기억남. 전날 밤 클럽 화장실 줄에서 같이 기다리던 사람이었음. 그때 둘 다 정신없어서 이름도 안 물었는데 아침에 같은 지하철에서 갑자기 정상인 모드로 마주치니까 너무 웃겼음. 상대도 나를 알아본 것 같았는데 처음엔 서로 눈 마주치자마자 바로 다른 데 봄. 나는 창밖 보는 척했고, 그 사람은 핸드폰 보는 척했는데 유리에 비친 얼굴로 둘 다 웃고 있는 게 보였음. 베를린에서 제일 어색한 순간은 밤의 나와 낮의 내가 같은 칸에 타는 순간임. 두 정거장 뒤에 그 사람이 내릴 때 잠깐 망설이더니 “어제 잘 들어갔어요?” 라고 물어봄. 나도 모르게 “네. 오늘은 정상인처럼 가는 중이에요” 라고 했고 그 사람이 진짜 크게 웃음. 문 닫히기 전에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하고 내렸는데 그냥 인사 하나가 하루 종일 따라다님. 아무 일도 없었는데 괜히 생각남. 이게 설렘인지 민망함인지 모르겠음.
베를린· U8타고등교비회원· 2달 전· 봤어요 1명 · 공감 0 · 댓글 0
함부르크 처음 왔을 때 친구들이 Reeperbahn은 한 번 봐야 한다고 해서 따라감. 토요일 22시 20분 St. Pauli 역. 나오자마자 네온, 음악, 관광객, 호객, 사람 냄새까지 한 번에 얼굴로 밀고 들어옴. 친구들은 신났는데 나는 10분 만에 말수가 줄었고, 20분째부터는 영혼이 살짝 나감. 30분쯤 됐을 때 “나 물 좀 사올게” 하고 빠졌는데 사실 물이 아니라 탈출이었음. 편의점 앞에서 탄산수 들고 숨 쉬고 있는데 아까 우리 무리 뒤쪽에 있던 한국인 한 명도 똑같이 탄산수 들고 서 있는 거야. 서로 눈 마주치자마자 그냥 웃음. 그분이 먼저 “저도 도망쳤어요” 이랬는데 그 한마디가 그날 제일 재밌었음. 둘이 St. Pauli 골목에서 10분 정도 서서 “여기 싫은 건 아닌데 지금은 너무 세다” 이런 얘기함. 그러다 원래 친구들이 찾으러 와서 결국 다 같이 조용한 카페로 감. 알고 보니 다들 피곤했대. 내가 먼저 도망친 것뿐이었음. Reeperbahn은 나쁘다 좋다 문제가 아니라 체력 모르면 잡아먹히는 곳 같음. 다음엔 입장 전에 탈출 시간 정하고 감. 1시간 넘기면 그건 내 기준 야근임.
함부르크· 리퍼반탈출조비회원· 2달 전· 봤어요 3명 · 공감 0 · 댓글 0
뮌헨에서 알게 된 사람이 금요일 저녁에 Gärtnerplatz에서 맥주 한잔하자고 해서 갔음. 7시쯤이었고 날씨 좋고 사람들 잔디에 앉아 있고, 솔직히 초반엔 나 혼자 살짝 기대했음. 여기까지만 말해도 뭔 느낌인지 알지. 처음 20분은 진짜 괜찮았음. 음악 얘기하고, 뮌헨 월세 미쳤다 하고, 어디 살고 언제 독일 왔는지 얘기하고. 근데 갑자기 대화가 TK랑 AOK 중 뭐가 낫냐로 꺾임. 그다음 Haftpflichtversicherung 꼭 들어야 하냐, 월세 빼면 뭐가 남냐, 이런 얘기로 넘어감. 결국 Isar까지 걸어가면서 노을은 미친 듯이 예쁜데 우리는 보험 얘기만 두 시간 함. 이게 데이트인지 독일 생존 오티인지 모르겠더라. 근데 이상하게 싫지는 않았음. 서로 멋있는 척 안 하고 그냥 독일에서 얼마나 얼타는지 까니까 편했음. 헤어질 때 그 사람이 “다음엔 보험 말고 영화 얘기하자” 했는데 다음 약속 잡힘. 결론: 뮌헨에서는 썸도 Haftpflicht를 통과해야 시작됨.
뮌헨· 이자르현실데이트비회원· 2달 전· 봤어요 0명 · 공감 0 · 댓글 0
화요일 저녁에 Immermannstraße에서 혼자 라멘 먹고 있었음. 비 오고, 학교에서 털리고, 그냥 국물 먹고 집 가면 되는 날이었음. 근데 옆자리에서 한국어로 “Fiktionsbescheinigung 아직도 안 왔어?” 이 말이 너무 또렷하게 들림. 그 단어 들으면 자동으로 귀 열리는 사람 나뿐임? 진짜 젓가락이 공중에서 멈춤. 처음엔 남의 대화라 참았음. 근데 두 분이 Bürgeramt랑 Ausländerbehörde를 계속 섞어서 얘기하는 거야. 나 작년에 그거 잘못 알아서 한 달 날렸거든. 말하면 오지랖이고 안 말하면 저분들 또 예약 잘못 잡을 것 같고, 진짜 라멘보다 내적 갈등을 더 많이 씹음. 결국 계산하려다가 못 참고 “죄송한데 그거 아마 이쪽에서 보셔야 할 수도 있어요” 해버림. 다행히 이상하게 안 보고 엄청 고마워함. 가게 앞에서 비 맞으면서 링크 보내주고, 서로 언제 왔는지 얘기하다가 15분 더 서 있었음. 뒤셀은 한국어가 너무 자주 들려서 가끔 피곤한데, 이런 날은 그게 거의 구조 신호 같음. 라멘 먹으러 갔다가 비자청 참견하고 온 사람 됨.
뒤셀도르프· 이머만비자청참견비회원· 2달 전· 봤어요 1명 · 공감 0 · 댓글 0
프푸 Kleinmarkthalle에서 혼밥하다가 개민망한 일 생김. 수요일 12시 35분쯤 샌드위치 하나 사서 구석에 앉았음. 그 주에 방 때문에 멘탈이 거의 가루였고, 전날 밤에도 단톡방에 “프푸 600유로 이하 방은 이제 전설인가요” 이런 글 올렸거든. 그냥 한탄이었음. 근데 맞은편 사람이 내 폰 화면을 슬쩍 보더니 “혹시 그 단톡방 분 아니세요?” 이러는 거야. 순간 샌드위치 내려놓음. 닉네임이 현실에서 불리는 게 이렇게 무서울 일임? 근데 그분도 방 때문에 고생 중이라 바로 전우 됨. 집주인 답장 속도, Anmeldung 가능한 방, 보증금 사기 느낌 나는 문장들 얘기하면서 서로 캡처 보여줌. 처음 본 사람인데 “이거 수상하죠?” 하면서 거의 사건 수사함. 프랑크푸르트 차갑고 비싸다고만 생각했는데 가끔은 단톡방 닉네임 하나로 현실 사람이 튀어나옴. 혼밥하러 갔다가 방구하기 전우 만난 날.
프랑크푸르트· 프푸단톡방사건비회원· 2달 전· 봤어요 0명 · 공감 0 · 댓글 0
친구가 Connewitz 술자리 데려갔는데 아직도 왜 또 초대받았는지 모르겠음. 금요일 20시 반쯤 갔고, 나는 그냥 맥주 마시면서 가볍게 얘기하는 자리인 줄 알았음. 근데 앉자마자 집세, 밴드 공연, 학교 행정, 도시 정치, 다시 음악 얘기로 넘어감. 듣기평가가 갑자기 실전 모드로 켜진 느낌. 처음 40분은 거의 고개만 끄덕임. 누가 “한국에서는 이런 분위기 어때?”라고 물었는데 머릿속에는 할 말이 500개였거든. 근데 입 밖으로 나온 건 “조금 달라요” 끝. 집 와서 샤워하다가 그제야 완벽한 답변 생각남. 왜 대화 끝나고 유창해지냐. 근데 다음날 친구가 또 오라고 함. 내가 말 없어서 노잼이었을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처음인데 끝까지 앉아 있어서 좋았다”고 했대. 아니 그게 칭찬 포인트였냐고. 독일어 잘해서 들어가는 자리만 있는 게 아니라, 어색해도 안 도망가면 다음 문이 열리는 자리도 있나 봄. 다음엔 문장 하나라도 더 말하고 온다. 아마도.
라이프치히· 콘네비츠고개러비회원· 2달 전· 봤어요 0명 · 공감 0 · 댓글 0
일요일에 Mauerpark 혼자 갔음. 벼룩시장 보고 잔디에 앉아서 그냥 사람 구경하고 있었는데, 노래방 쪽에서 갑자기 한국 노래 전주가 나오는 거야.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았음. 근데 주변 한국인들 표정이 동시에 바뀜. 진짜 웃겼던 게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닌데 다들 “어?” 하는 얼굴로 같은 방향 봄. 갑자기 모르는 사람들끼리 한 팀 된 느낌. 노래 부른 사람이 엄청 잘한 건 아니었음. 근데 그래서 더 좋았음. 베를린 한복판에서 누가 한국어로 그냥 자기 기분을 꺼내놓는 느낌이라, 옆에 있던 독일 친구가 무슨 노래냐고 물었는데 설명하다가 나도 갑자기 말문 막힘. 끝나고 뒤쪽에서 누가 작게 “아 갑자기 집 가고 싶다” 했는데 주변 한국인 몇 명이 동시에 웃음. 그 말이 너무 정확했음. 집에 가고 싶은데 또 여기서 버티고 있는 그 이상한 상태. Mauerpark 이제 그냥 공원 아님. 가끔 멘탈 들키는 장소임.
베를린· 마우어파크합창됨비회원· 2달 전· 봤어요 0명 · 공감 0 · 댓글 0
날씨 좋길래 돗자리 모임 나갔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과 대화를 계속 이어가야 했음. 전공 얘기하다가 월세 얘기하다가 보험 얘기하다가 날씨 얘기하다가 다시 학교 얘기로 돌아옴. 머리가 하얘졌어요. 한국어로 해도 힘들 주제 전환을 독일어랑 영어 섞어서 하려니까 내 뇌가 계속 로딩 중이었음. 근데 집에 오니까 이상하게 기분은 좋았습니다. 말을 많이 한 건 아닌데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는 사실이 좀 남더라. 유학 초반에는 대화 실력보다 자리에 나가 앉는 용기가 먼저인 것 같음.
슈투트가르트· 슐로스플라츠돗자리비회원· 3달 전· 봤어요 0명 · 공감 0 · 댓글 0
친구랑 가볍게 한잔하러 갔는데 옆 테이블에 학교에서 본 사람이 있었음. 갑자기 자세를 고쳐 앉게 되더라. 분명 아는 사이도 아닌데 학교에서 봤다는 이유만으로 내 사생활이 살짝 들킨 느낌. 근데 결국 인사했고, 얘기해보니까 서로 같은 수업에서 계속 봤던 사람 맞았음. 작은 도시는 이런 게 있나 봄. 어색한데 또 괜히 친해진 기분도 들고. 한국에서는 스쳐 지나갔을 사람인데 독일에서는 아는 얼굴 하나가 꽤 크게 느껴짐.
드레스덴· 노이슈타트눈치비회원· 3달 전· 봤어요 0명 · 공감 0 · 댓글 0
들어갈 때는 분명 신났는데 나올 때 해 뜨는 거 보니까 갑자기 현타가 왔음. 새벽 열차 기다리면서 나는 독일에 공부하러 온 건지 체력 테스트하러 온 건지 생각했습니다. 근데 웃긴 건 집 가서 씻고 누우니까 또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음. 유학 가면 공부만 할 줄 알았는데 도시가 가끔 사람을 이상한 시간까지 붙잡아둠. 다음 날 하루가 통째로 사라진 건 맞지만 그 새벽 공기랑 친구들이 웃던 장면은 계속 기억남. 또 가자고 하면? 일단 다음 날 일정부터 확인할 듯.
베를린· 시지포스귀가중비회원· 3달 전· 봤어요 1명 · 공감 0 · 댓글 0
혼자 라멘 먹는데 옆자리에서 한국어가 너무 선명하게 들렸음. 내용은 독일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 서류랑 방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였음. 나도 끼어들고 싶었는데 너무 오지랖 같아서 참고 면만 먹었습니다. 근데 속으로는 계속 답변하고 있었음. 그거 이렇게 하면 되는데, 그건 너무 걱정 안 해도 되는데, 그건 진짜 조심해야 하는데. 결국 아무 말도 안 하고 나왔는데 집 오는 길에 괜히 아쉬웠음. 유학 생활 오래 하면 남의 걱정도 내 예전 걱정처럼 들릴 때가 있음. 다음엔 진짜 조심스럽게 한마디만 해볼까.
뒤셀도르프· 이머만라멘러비회원· 3달 전· 봤어요 1명 · 공감 0 · 댓글 0
샌드위치 하나 먹고 조용히 집 가려는데 맞은편 줄에 입학식 때 본 것 같은 사람이 있었음. 서로 긴가민가하다가 눈 마주치고 웃어서 결국 같이 앉았습니다. 처음엔 이름도 기억 안 나서 민망했는데 얘기하다 보니까 둘 다 같은 수업 듣는 사람 맞았음. 혼자 밥 먹으려고 나온 날이었는데 갑자기 학교 얘기, 방 얘기, 독일 와서 제일 당황한 순간 얘기까지 하고 있었음. 프랑크푸르트는 큰 도시인 줄 알았는데 한국인 유학생 기준으로는 생각보다 좁더라. 혼밥하다가 아는 사람 생기는 날도 있음.
프랑크푸르트· 클라인마르크트홀비회원· 3달 전· 봤어요 0명 · 공감 0 · 댓글 0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에너지가 너무 좋았음. 다들 말도 빠르고 웃음도 크고 나는 처음엔 나도 신난 줄 알았거든. 근데 한 시간쯤 지나니까 내 배터리가 0이 됨. 화장실 가는 척하고 밖에 나와서 혼자 조금 걸었는데 그제야 숨이 쉬어짐. 모임이 싫었던 건 아님. 사람들도 좋았음. 그냥 내 체력이 그 속도를 못 따라간 거. 유학 가면 사람 많이 만나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데 가끔은 도망치는 것도 자기관리 같음. 다음엔 처음부터 두 시간만 있다 오기로 마음먹고 가려고.
뮌헨· 가르트너텐션비회원· 3달 전· 봤어요 0명 · 공감 0 · 댓글 0
친구들이랑 맥주 한잔하고 나오는데 옆 테이블에서 한국어가 들렸음. 아는 척은 안 했는데 괜히 귀가 열리고 마음이 편해지더라. 한국에서는 별거 아닌 소리인데 독일에서는 갑자기 안전한 소리처럼 들림.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같이 있던 친구도 “방금 한국어 들었지?” 하고 웃음. 유학 가기 전에는 외국어 많이 쓰는 게 멋있는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까 익숙한 말 한마디가 멘탈 살릴 때가 있음. 그날 집 가는 길이 조금 덜 외로웠다.
쾰른· 쾰른새벽귀가비회원· 3달 전· 봤어요 1명 · 공감 0 · 댓글 0
함부르크 오면 한 번은 밤거리 구경해야 한다길래 친구들이랑 따라갔음. 처음 10분은 재밌었는데 사람 많고 음악 크고 네온이 너무 세서 20분 만에 체력 방전됨. 친구들한테 물 사온다고 하고 나왔는데 사실 물이 아니라 탈출이었음. 근처 조용한 카페 들어가서 숨 돌리는데 알고 보니 친구들도 다 피곤했대. 내가 먼저 도망친 것뿐이었음. 유학 가면 다들 밤새 놀 줄 알았는데 내 체력은 생각보다 정직하더라. 다음엔 시작 전에 귀가 시간부터 정하고 감.
함부르크· 리퍼반20분컷비회원· 3달 전· 봤어요 2명 · 공감 0 · 댓글 0
케밥집 줄이 너무 길어서 그냥 포기할까 했는데 뒤에서 한국어가 들림. 못 참고 웃었더니 상대도 웃어서 갑자기 대화 시작됨. 처음 보는 사이였는데 기다리면서 방 구한 얘기, 학교 지원 얘기, 독일어가 갑자기 안 나오는 얘기까지 다 함. 케밥 받기 전에는 이미 서로 어디 사는지 알고 있었고, 결국 같이 먹었음. 베를린은 사람 많은데 외로운 도시라고 들었는데 가끔은 줄 하나 때문에 갑자기 덜 외로워짐. 케밥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기억남.
베를린· 노이쾰른케밥줄비회원· 3달 전· 봤어요 0명 · 공감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