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 쾰른독일어현타비회원· 2달 전· 봤어요 2명 · 공감 0 · 댓글 0
나 독일어 시험 붙고 나서 솔직히 조금 자신 있었거든. 근데 쾰른 어느 빵집에서 내 뒤로 줄이 길어지는 순간 머리가 그냥 하얘짐. 분명 머릿속에는 “이 빵 하나랑 커피 주세요”였는데 입에서는 이상한 단어만 나옴. 내가 얼어 있으니까 직원이 웃으면서 “괜찮아요, 천천히 해도 돼요”를 엄청 느리게 말해줌. 그 말이 웃긴 게 아니라 진짜 기다려주는 얼굴이었음. 뒤에 사람들 있는데도 한 번도 재촉 안 하고, 내가 손가락으로 빵을 가리키니까 “이거요? 좋은 선택이에요” 하고 종이에 담아줌. 그날은 그냥 창피해서 빨리 도망쳤는데 문제는 다음 날임. 학교 가는 길에 같은 빵집 앞을 지나는데 그 직원이 밖에서 박스 정리하다가 나를 봄. 나는 모르는 척 지나가려고 했는데 먼저 손 흔들면서 “어제 그 빵 맞죠?” 하는 표정으로 웃는 거야. 나도 너무 당황해서 손 흔들었고, 괜히 다시 들어가서 같은 빵 또 샀음. 세 번째 날에는 내가 말하기도 전에 직원이 봉투를 집어 들고 “오늘도 이거?”라고 물어봄. 그 순간부터 그 빵이 맛있는 건지, 그 사람이 내 주문을 기억해준 게 좋은 건지 구분이 안 됨. 이거 그냥 친절인 거 아는데, 낯선 나라에서 누가 내 어설픈 말을 기억해준다는 게 생각보다 오래 남더라. 요즘 그 빵집 앞 지나가면 괜히 머리 정리하고 들어감. 나만 이런 거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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