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노이쾰른커피모집비회원· 2달 전· 봤어요 2명 · 공감 0 · 댓글 0
집에서 과제하면 침대랑 한 몸 돼서 베를린 카페 공부모임에 나갔음. 진짜 각자 할 일만 하려고 만난 건데, 옆자리 사람이 노트북 펴자마자 너무 집중해서 오히려 내가 집중을 못 함. 처음 한 시간은 말 거의 안 했음. 커피 마시고, 타자 치고, 서로 이어폰 끼고. 근데 내가 과제 파일 날아가서 속으로 망했다 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화면을 슬쩍 보더니 “혹시 저장본 남아 있을 수도 있어요” 하면서 같이 찾아줌. 이게 뭐라고 갑자기 되게 든든하더라. 유학 와서 누가 내 과제 파일까지 걱정해준 적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그리고 더 이상했던 건 그다음임. 카페 직원이 내 이름을 잘못 불렀는데 그 사람이 아주 작게 내 이름을 제대로 다시 불러줌. 진짜 별거 아닌데 그 순간 귀가 확 빨개지는 느낌이었음. 카페 닫을 때쯤 나가는데 비가 오고 있었고, 둘 다 우산 없어서 지하철 입구까지 같이 뛰었음. 그 사람이 뛰다가 내 속도에 맞춰서 조금 늦춰줬는데 그게 또 신경 쓰임. 누가 나 때문에 발을 늦춘다는 게 이렇게 티가 나는 일이었나 싶어서. 헤어질 때 “다음에도 공부모임 하죠” 했는데, 그게 공부 얘기인지 사람 얘기인지 아직 모르겠음. 과제는 반밖에 못 했는데 그날 이후로 알림 올 때마다 괜히 화면부터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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